차원
차원 해석(dimensional analysis)은 물리량에 차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물리 현상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같은 종류의 물리량은 같은 차원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거리와 높이, 폭은 모두 길이의 차원이 가지고 중력, 전자기력, 마찰력 등은 모두 힘의 차원을 가집니다. 차원이 같은 물리량끼리만 더하거나 뺄 수 있지만 곱셈과 나눗셈은 차원이 같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차원들은 다른 차원들의 곱과 몫으로 표현됩니다. 속력의 차원은 길이의 차원을 시간의 차원으로 나눈 것과 같고 부피의 차원은 길이의 차원을 세제곱한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차원은 7가지 기본 차원들만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기본 차원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길이의 차원 $\L$
- 질량의 차원 $\M$
- 시간의 차원 $\T$
- 온도의 차원 $\Theta$
- 전류의 차원 $\I$
- 물질의 양의 차원 $\N$
- 광도의 차원 $\J$
몇 가지 자주 쓰는 물리량의 차원을 기본 차원으로 표현해봅시다. 먼저 힘의 경우엔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고 가속도는 길이를 시간으로 두 번 나눠준 것이므로
일과 에너지는 힘과 거리의 곱이므로
한편 운동 에너지와 중력 퍼텐셜 에너지도 정의에 따라 차원을 계산해보면 에너지의 차원이 제대로 나옵니다. 운동 에너지의 정의에 등장하는 $\frac12$은 차원이 없는 상수임에 주의합시다.
압력은 힘을 면적으로 나눈 것이므로
마지막으로 점성은
물론 물리량이지만 차원이 없는 물리량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동일한 차원을 가지는 두 물리량의 비율로 정의되는 물리량이죠. 예를 들어 각도는 호의 길이와 반지름의 비로 정의되므로 무차원 물리량입니다.
버킹엄 파이 정리
버킹엄 파이 정리(Buckingham’s Pi theorem)는 복잡한 함수에 대해 각 변수의 차원을 분석, 무차원 수를 이용해 적은 개수의 변수를 가지는 간단한 함수로 만들어줍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변수의 개수를 $n$으로 둡니다. 종속 변수와 독립 변수를 모두 세야 합니다.
- 변수에 등장하는 모든 기본 차원의 개수를 $m$으로 둡니다.
-
독립 변수 중 적당히 $m$개를 고릅니다. 이들을 반복 변수(repeating
variable)라 합니다. 반복 변수를 고르는 데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 변수에 등장하는 모든 기본 차원은 적어도 한 반복 변수에서 등장해야 합니다.
- 반복 변수는 무차원일 수 없습니다.
- 두 반복 변수의 차원이 같거나 한 쪽의 차원이 다른 쪽의 거듭제곱일 수 없습니다.
- 무차원 수 $n-m$개를 아래와 같이 결정합니다. \begin{align*} \Pi_1 &= P_{m+1}P_1^*P_2^*\cdots P_m^* \\ \Pi_2 &= P_{m+2}P_1^*P_2^*\cdots P_m^* \\ \Pi_3 &= P_{m+3}P_1^*P_2^*\cdots P_m^* \\ &\quad\vdots \\ \Pi_{n-m} &= P_nP_1^*P_2^*\cdots P_m^* \end{align*} 여기서 $*$로 표기한 지수들은 각 $\Pi$가 무차원이 되도록 정해주면 됩니다.
- 최종적으로 간단해진 함수의 꼴은 \begin{equation*} \Pi_1 = f(\Pi_2, \Pi_3, \cdots, \Pi_{n-m}) \end{equation*} 가 됩니다. 만약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생긴다면 독립 변수가 과도하게 많은 것이므로 $m$을 1만큼 줄이고 3번부터 다시 시도해봅니다.
1차원상의 질량 $m$짜리 물체에 탄성력 $-kx$와 속도에 비례하는 저항력 $-cv$가 작용한다. 물체가 $x=A$에서 속도 0으로 출발했을 때 물체의 위치는 $m$, $k$, $c$, $A$, 시간 $t$의 함수로 쓸 수 있다. 버킹엄 파이 정리를 적용하여 함수를 간단한 형태로 만드시오.
- 변수를 다 모으면 $x$, $m$, $k$, $c$, $A$, $t$로 총 6개입니다. $n=6$.
- 각 변수의 차원을 기본 차원으로 나타내면 \begin{align*} [x] &= \mathrm L & [m] &= \mathrm M & [k] &= \mathrm M / {\mathrm T}^2 \\ \left[ c \right] &= \mathrm M / \mathrm T & [A] &= \mathrm L & [t] &= \mathrm T \end{align*} 이므로 변수에 등장하는 기본 차원은 총 3개입니다($\L$, $\M$, $\T$). 따라서 $m=3$.
- 종속 변수 중 반복 변수 3개를 골라야 합니다. 제약 조건에 유의하며 $m$, $k$, $A$를 골라봅시다.
- 무차원 수가 3개 나옵니다. 첫 번째는 \begin{equation*} \Pi_1 = xm^\alpha k^\beta A^\gamma \end{equation*} 이게 무차원이 되려면 \begin{gather*} [\Pi_1] = [xm^\alpha k^\beta A^\gamma] = \L\M^\alpha\left(\frac{\M}{\T^2}\right)^\beta\L^\gamma = \L^{1+\gamma}\M^{\alpha+\beta}\T^{-2\beta} = 1 \\ \therefore \alpha = 0, \ \beta = 0, \ \gamma = 1 \qquad\Rightarrow\qquad \Pi_1 = \frac{x}{A} \end{gather*}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두 무차원 수는 \begin{align*} \Pi_2 &= \frac{c}{\sqrt{km}} \\ \Pi_3 &= t\sqrt{\frac{k}{m}} \end{align*}
- 최종적으로 함수의 꼴은 \begin{equation*} \frac{x}{A} = f\left( \frac{c}{\sqrt{km}}, \ t\sqrt{\frac{k}{m}} \right) \end{equation*}
결과적으로 독립 변수 5개짜리 함수가 2개짜리 함수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버킹엄 파이 정리는 저 함수의 정확한 형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합시다.
유동의 무차원 수
유동 내에서 물체가 받는 힘이나 모멘트, 또는 물체 표면으로 전달되는 열과 같은 물리량들은 무엇의 함수일까요? 일단 물체의 크기와 자유흐름의 속력, 밀도, 온도가 있겠고, 유체의 물리적 특성인 점성, 열전도율, 비열비, 기체 상수가 있을 겁니다. 그 외에 중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유동이라면 중력가속도도 중요하고, 열전달이 중요한 유동에서는 온도차, 즉 물체 표면과 자유흐름 온도의 차이 역시 중요합니다. 압력이나 비열 같은 다른 성질들은 이 앞의 변수 10개로부터 구할 수 있으니 빼도 됩니다.
여기서 물체의 크기는 기준 길이 $L$을 정해서 씁시다. 원통이나 구라면 지름 $D$, 에어포일은 시위(폭) $c$를 기준 길이로 쓸 수 있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물체 표면의 온도는 기준 온도 $T_{ref}$를 정해서 씁니다. 표면 온도가 일정하면 그 값을 쓰면 되고, 아니면 최댓값이나 평균값을 기준 온도로 삼으면 됩니다. 이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서 $\Delta T$는 온도차 $T_{ref}-T_\infty$입니다.
일단 좌변에 힘 $F$가 올 때 버킹엄 파이 정리를 써서 간단하게 만들어봅시다. 변수의 개수는 총 $n=11$개이고, 각 변수의 차원을 기본 차원으로 나타내면
이므로 관계식에 등장하는 기본 차원은 모두 $m=4$개입니다. 이제 변수 10개 중에 4개를 뽑아야 하는데,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rho_\infty$, $V_\infty$, $L$, $T_\infty$를 선택해봅시다. 이에 따라 등장하는 무차원 수 7가지는
이 정도만 해도 수학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역사적인 이유로 위 무차원 변수를 그대로 쓰지 않고 아래와 같이 변형합니다. $\Pi$들을 알면 $\Pi’$들도 계산할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하므로 이쪽을 써도 무방합니다.
첫 번째 무차원 수는 한 번 더 식을 수정합니다. 먼저 $\rho_\infty V_\infty^2$을 보면 익숙하죠? $\Pi_1’$에 2를 곱해서 분모에 자유흐름 동압 $q_\infty=\frac12\rho_\infty V_\infty^2$이 오도록 합니다. 그리고 $L^2$은 물체의 단면적 $S$에 비례하므로 이것도 바꿔줍니다. 이 무차원 수를 힘 계수라고 합니다.
힘이 양력이면 양력 계수(lift coefficient) $C_L$이 되고, 항력이면 항력 계수(drag coefficient) $C_D$가 됩니다.
두 번째 무차원 수는 이를 처음 유도한 오스본 레이놀즈(Osborne Reynolds)의 이름을 따서 레이놀즈 수(Reynolds number)라고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관성과 점성의 비에 해당합니다.
세 번째 무차원 수는 루트비히 프란틀(Ludwig Prandtl)의 이름을 따서 프란틀 수(Prandtl number)라고 합니다. 물리적 의미는 동점성과 열확산률의 비입니다.
네 번째 무차원 수는 그냥 비열비이고, 다섯 번째 무차원 수는 자유흐름 속력과 자유흐름 음속의 비입니다. 여기서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의 이름을 따서 마하 수옛 맞춤법에서는 ‘마하’라고 적었지만 맞춤법이 바뀌면서 ‘마흐’라고 적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하 수’라는 용어까지 바꿔버리기엔 너무 많이 쓰인 용어라 ‘마하 수’는 그대로 두고 사람 이름인 ‘에른스트 마흐’만 바꾸었습니다.(Mach number)를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이에 따르면 다섯 번째 무차원 수는 자유흐름 마하 수 $M_\infty$입니다.
여섯 번째 무차원 수는 윌리엄 프루드영국식 발음으로, 미국식 발음은 ‘프라우드’입니다.(William Froude)의 이름을 따 프루드 수(Froude number)라고 합니다.
마지막 무차원 수는 에른스트 에커트(Ernst Eckert)의 이름을 따 에커트 수(Eckert number)라고 합니다.
이제 무차원 수 7개 사이 관계식을 쓸 수 있습니다.
한편 좌변에 모멘트가 올 때 버킹엄 파이 정리를 적용하면 첫 번째 무차원 수로
이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동압과 단면적으로 식을 수정하면 모멘트 계수(moment coefficient)를 얻습니다.
단위 시간 동안 물체 표면으로 출입하는 열량 $\dot{q}$가 좌변에 올 때 첫 번째 무차원 수는
인데, 다음과 같이 바꿔봅시다.
마지막으로 분자, 분모에 $L$을 곱한 다음 $L^2$을 표면적 $S$로 바꾸면 평균 누셀트 수(average Nusselt number)가 나옵니다.
평균 대류 열전달 계수(average convective heat transfer coefficient)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면
평균 누셀트 수를 평균 대류 열전달 계수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류 열전달 계수 $h$는 $q’’= h\Delta T$로 정의하며, 누셀트 수는 $\mathrm{Nu}=hL/k$로 정의합니다. 정의에 따라 평균 대류 열전달 계수와 평균 누셀트 수에서 말하는 평균은 물체의 표면적에 대해 면적 평균을 한다는 뜻이죠.
2차원 유동의 양력, 항력, 모멘트 계수
2차원 유동의 경우에는 단위 깊이당 양력 $L’$, 항력 $D’$, 모멘트 $M’$을 써서 2차원 양력, 항력, 모멘트 계수를 정의합니다.
방정식의 무차원화
위의 예제 1에서 정확한 함수의 형태는 버킹엄 파이 정리로만 구할 수는 없다고 했는데, 운동 방정식을 풀면 가능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운동 방정식을 그대로 풀고, 해를 변형해 무차원 수들의 함수를 얻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운동 방정식 자체를 무차원 수들의 방정식으로 바꾸고 이를 푸는 것입니다. 예제 1의 운동 방정식은
$x$와 $t$는 $\Pi_1$과 $\Pi_3$로 바꿀 수 있습니다.
대입하여 정리하면 $\Pi_2$가 튀어나옵니다. 결과적으로 $\Pi_1$은
여기서 우리는 운동 방정식을 알고만 있다면 버킹엄 파이 정리 없이도 $x$와 $t$ 같은 변수를 적절히 무차원화하여 다른 무차원 수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전에 다룬 지배 방정식들을 무차원화해봅시다. 기본 변수인 시간과 좌표, 속도, 압력 등은 다음과 같이 무차원화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무차원화 방식입니다.
무차원 온도를 정의할 땐 온도 차에 의한 열전달이 중요하므로 버킹엄 파이 정리를 적용할 때와 동일하게 $T-T_\infty$를 무차원화하였고, 압력은 온도와 맞추기 위하여 역시 게이지압 $p-p_\infty$를 무차원화하였습니다. 델 연산자와 물질 도함수는
이제 지배방정식 각각에 대입합니다.
- 연속 방정식
-
\[ \frac{\rd\rho^*}{\rd t^*} + \nabla^*\cdot(\rho^*\V^*) = 0 \]
- 운동량 방정식
-
\[ \frac{\uD\V^*}{\uD t^*} = \frac{1}{\mathrm{Fr}^2}\rho^*\mathbf{g}^* - \nabla^*p^* + \frac{1}{\mathrm{Re}}\nabla^{*2}\V^* + \frac{1}{3\mathrm{Re}}\nabla^*(\nabla^*\cdot\V^*) \]
- 에너지 방정식
-
\[ \frac{\uD T^*}{\uD t^*} = \frac{1}{\mathrm{Re}\mathrm{Pr}}\nabla^{*2}T^* + \mathrm{Ec}\frac{\uD p^*}{\uD t^*} + \frac{\mathrm{Ec}}{\mathrm{Re}}\Phi^* \]
여기서 무차원 점성 소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begin{equation*} \Phi^* = \frac{L}{\mu V_\infty^2}\Phi \end{equation*}레이놀즈 수와 프란틀 수의 곱은 페클레 수(Peclet number)라고도 합니다.
\[ \mathrm{Pe} = \mathrm{Re}\mathrm{Pr} = \frac{V_\infty L}{\nu}\frac{\nu}{\alpha} = \frac{V_\infty L}{\alpha} \] - 상태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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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 \frac{R\Delta T}{V_\infty^2}\rho^*T^* = \frac{R}{c_p}\frac{c_p\Delta T}{V_\infty^2}\rho^*T^* = \frac{\gamma-1}{\gamma\mathrm{Ec}}\rho^*T^* \]
예상했던 대로 위에서 유도한 무차원 수들이 그대로 유도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