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도함수와
레이놀즈 수송정리

유체 운동을 보는 두 가지 관점

다른 고전역학 분야가 불연속적으로 떨어진 물체 여러 개의 운동을 다루는 반면에, 유체역학은 연속체 역학의 일부로서 다루는 영역 내의 모든 점에 연속적으로 유체가 분포합니다. 이 때문에 유체 역학은 전통적으로 일반적인 동역학이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사용합니다.

라그랑주 관점(Lagrangian specification)은 시간에 따라 공간 상에서 운동하는 유체 요소 각각을 따라가면서 이들이 어떻게 운동하고 물리량은 어떠한지 관찰한다.
오일러 관점(Eulerian specification)은 공간 상에 고정된 점에 초점을 맞추고 매 시각에 이 점을 지나는 유체 요소가 어떻게 운동하고 물리량은 어떠한지 관찰한다.

예를 들어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고 해봅시다. 수도꼭지에 공급되는 물의 양 등의 모든 물리량들이 시간에 따라 완벽하게 일정하다면, 이때 수도꼭지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본다면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없겠죠. 즉, 물줄기 내 특정 점을 잡으면 이 점을 지나는 유체 요소들은 항상 같은 물리량을 지니게 됩니다. 하지만 물줄기 모양이 변화가 없다고 물이 물줄기 모양대로 모여서 멈춘 건 아니죠. 특정 유체 요소를 잡으면 이 요소는 위에서 아래로 운동하고, 시간에 따라 물리량도 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유동이라도 두 관점에서 보는 모습은 아주 다릅니다.

아주 이상적인 경우 물줄기가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멈춘듯이 보이는 건 오일러 관점에서의 얘기고, 라그랑주 관점에서 보면 물은 잘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편 유동 속의 어떤 (고정된) 점에서든 물리량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이 유동을 정상 유동이라고 합니다.

정상 유동(steady flow) 또는 유동이 정상 상태(steady state)에 있다는 것은 오일러 관점에서 모든 물리량이 시간의 함수가 아닌 것이다.

물질 도함수

위 내용을 종합하면 오일러 관점과 라그랑주 관점에서 물리량의 시간 변화율은 다르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정상 유동이면 오일러 관점에서 시간 변화율은 항상 0이지만 라그랑주 관점에선 0이 아니죠. 그럼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공간 상에 고정된 점 $\bx$에서 어떤 물리량을 측정했더니 $\phi(\bx, t)$가 나왔다고 해봅시다. (앞으로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모든 함수 표현은 오일러 관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럼 $\partial\phi/\partial t$는 오일러 관점에서 $\phi$의 시간 변화율이 됩니다. 라그랑주 관점에서 $\phi$의 시간 변화율은 시각 $t$에 점 $\bx$를 통과한 유체 요소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 $\Delta t$ 동안 유체 요소가 $\bx$에서 $\bx+\dbx$로 이동했으면 라그랑주 관점에서 $\phi$의 시간 변화율 $\uD\phi/\uD t$는 극한을 취하여

\[ \frac{\uD\phi}{\uD t} = \lim_{\Delta t \rightarrow 0}\frac{ \phi(\bx+\dbx, t+\Delta t) - \phi(\bx, t) }{\Delta t} \label{eq:lagrange1} \]

인데 여기서 $\phi(\bx+\dbx, t+\Delta t)$를 테일러 전개해봅시다.

\[ \phi(\bx+\dbx, t+\Delta t) = \phi(\bx, t) + \dbx\cdot\nabla\phi(\bx, t) + \Delta t\frac{\partial}{\partial t}\phi(\bx, t) + \cdots \label{eq:taylor} \]

식 \eqref{eq:lagrange1}을 식 \eqref{eq:taylor}에 대입하면

\[ \frac{\uD\phi}{\uD t} = \lim_{\Delta t \rightarrow 0} \left[ \frac{\partial\phi}{\partial t} + \frac{\dbx}{\Delta t} \cdot \nabla\phi + \cdots \right] = \frac{\partial\phi}{\partial t} + \mathbf{V}\cdot\nabla\phi \label{eq:lagrange2} \]

식 \eqref{eq:taylor}에서 생략된 항은 미소 변화의 이차항이고, 따라서 식 \eqref{eq:lagrange2}에서는 $\Delta t$로 나눈 뒤 극한을 취하므로 이 항들은 전부 0이 됩니다.

라그랑주 관점에서의 시간 변화율 $\uD/\uD t$는 흔히 물질 도함수(material derivative) 또는 실체적 도함수(substantial derivative)라 부릅니다. 식 \eqref{eq:lagrange2}에서 우변 첫 번째 항은 오일러 관점에서 본 시간 변화율로, 공간적 이동 없이 오롯이 시간에 의한 변화만 측정한다고 하여 국소 도함수(local derivative)라고도 합니다. 우변 두 번째 항은 역으로 공간 이동에 의한 변화만 측정한다고 하여 대류 도함수(convective derivative)라고 합니다.

레이놀즈 수송 정리

못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고 합시다. 아침에 출근하니 못 100개들이 상자가 100개 있었습니다. 하루 동안 공장에서 못을 생산해서 원래 있던 상자 100개에 못 10개씩을 더 넣었고, 100개들이 상자 5개를 다른 창고에서 가져왔습니다. 퇴근할 때 공장에 남은 못은 총 몇 개일까요? 단순 산수로 계산해보면,

  1. 처음에 있던 못이 10000개
  2. 생산한 못이 1000개
  3. 다른 창고에서 가져온 못 500개

이므로 11500개입니다. 하루 동안 공장의 못 보유량이 1500개 증가한 것이죠. 이건 오일러 관점입니다. 공장이라는 영역은 공간에 고정된 영역이니까요. 반면 라그랑주 관점에선 처음 있던 못 100개들이 상자 100개에 주목합니다. 이 상자들이 가진 못은 처음에 10000개였는데, 공장에서 못을 생산하면서 못의 양이 11000개가 되었습니다. 즉, 라그랑주 관점에서는 못의 보유량이 1000개 증가한 셈입니다. 그리고 오일러 관점과 라그랑주 관점의 차이인 못 500개는 공장에 들어온 못에 해당하죠. 즉, 오일러 관점에서 본 못 보유량의 변화는 라그랑주 관점에서 본 못 보유량의 변화와 공장에 들어온 못의 총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걸 수식으로 써봅시다. 먼저 공장에 해당하는, 공간 상에 고정된 영역을 잡읍시다. 유체역학에서는 이를 검사체적(control volume, CV)이라 합니다. 처음에 검사 체적이 포함하는 유체 집합이 가지는 어떤 물리량 $\Phi$의 총합을 $\Phi_{sys}$라고 합시다. 위에서는 $\Phi$가 못의 개수에 해당하고, $\Phi_{sys}$는 처음에 못 10000개였다가 퇴근할 때에는 11000개가 됩니다. 그렇다면 라그랑주 관점에서 $\Phi$의 변화는 $\Phi_{sys}$의 시간 변화율입니다.

\[ (\text{라그랑주 관점에서의 변화량}) = \frac{\uD\Phi_{sys}}{\uD t} \label{eq:rtt-lagrange} \]

오일러 관점에서 검사체적 내 물리량의 총 변화는 검사채적 내 물리량의 총량을 적분해서 구한 값을 시간에 대해 미분하면 됩니다.

\[ (\text{오일러 관점에서의 변화량}) = \frac{\partial}{\partial t} \iiint_\limits{\mathrm{CV}} \rho\phi\ud\mathcal{V} \label{eq:rtt-euler} \]

여기서 $\rho$는 밀도, $\phi$는 단위 질량당 $\Phi$이고 이를 곱한 값 $\rho\phi$는 단위 부피당 $\Phi$가 됩니다. 이걸 공간에 대해 적분하고 시간에 대해 다시 미분했으니 오일러 관점에서의 변화량이 되죠.

검사체적으로 들어오는 물리량의 총합은 면적분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검사체적의 아주 작은 표면 요소를 생각하면 이 표면 요소로 단위 시간 동안 들어오는 유량은 $-\mathbf{V}\cdot\mathbf{n}\ud S$입니다. ($\mathbf{V}$는 속도, $\mathbf{n}$은 검사체적 바깥을 향하는 표면 요소의 법선 벡터, $\ud S$는 표면 요소의 넓이입니다.) 따라서

\[ (\text{단위 시간 동안 검사체적으로 들어오는 양}) = -\iint_\limits{\mathrm{CS}}\rho\phi\mathbf{V}\cdot\mathbf{n}\ud S \label{eq:rtt-income} \]

여기서 CS는 검사체적의 표면(control surface)입니다. 식 \eqref{eq:rtt-euler}는 식 \eqref{eq:rtt-lagrange}와 식 \eqref{eq:rtt-income}의 합이므로

\[ \frac{\uD\Phi_{sys}}{\uD t} = \frac{\partial}{\partial t} \iiint_\limits{\mathrm{CV}}\rho\phi\ud\mathcal{V} + \iint_\limits{\mathrm{CS}}\rho\phi\mathbf{V}\cdot\mathbf{n}\ud S \]

이것이 바로 레이놀즈 수송 정리(Reynolds transport theorem, RTT)입니다.